최다 살인 기네스북에 올라 충격을 받은 우순경 56명 살인, 1명

기네스북에 오른 순경 우범곤의 총기 난사 사건이 충격을 주면서 위령비도 세우지 못한 유족들의 이야기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1월 25일 방송된 SBS ‘꼬리치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우범곤의 총기 난사 사건을 회고했다.

82년 4월 26일 경상남도 의령군 궁류면에서 반상회가 열리던 중 밖에서는 총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625전쟁 때 인민군도 찾지 못한 산골짜기. 정원배씨는 우체국에서 일하던 막내 여동생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총소리에 두려워하면서도 우체국으로 달려갔다. 우체국에는 정원배씨의 동생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숨져 있었다. 누군가 마을을 외부와 단절·고립시키려고 우체국을 겨냥한 것이다.

총소리에 이어 수류탄이 터지는 소리도 들렸다. 마을 사람들은 북한에서 무장공비들이 내려온 줄 알았다. 그런데 범인을 직접 목격한 주민이 있었다. 범인은 단 한 명. 혼자 소총 2자루와 수류탄을 들고 있었다. 범인은 불을 켜놓은 집만 총을 쐈다. 한 택시기사는 “불을 끄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고 외치다 골목길에서 범인의 총에 맞아 숨졌다.

범인은 1시간도 안돼 19명을 살해했다. 반상회에 사람이 모여 있어 피해가 컸다. 반상회에 모여 있던 전원이 총에 맞아 그중 5명이 사망했다. 범인은 옆 마을까지 갔고 경찰 제복을 입고 있어 의심받지 않았다. 그는 27세의 궁류지서 순경 우범곤이었다. 태권도 3단, 합기도 3단. 특히 뛰어난 것이 사격이었다. 해병대 시절 특등사수로 유명했다.

우 순경은 총기 난사 사건 넉 달 전 서울에서 좌천됐다가 내려온 지 한 달 만에 25살 정모씨를 만났다. 정씨 집에서는 술만 마시면 개가 되는 우 순경을 반대했지만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했다. 두 달 뒤 문제의 그날 집에서 자고 있던 우순경의 가슴에 파리가 앉았고, 정씨가 파리를 잡으러 때렸고, 깜짝 놀라 일어난 우순경과 시비가 붙었다.

우 순경은 지서에 출근해도 화가 풀리지 않아 소주 2병을 마시고 집에 돌아와 정씨를 때렸다. 이웃이 말리자 우 순경은 이웃에게도 욕설, 폭행했다. 이웃집 아들이 찾아와 화를 내자 이성을 잃은 우 순경은 지서 무기고를 향해 무기를 들고 우체국으로 가 3명을 사살 통신망을 차단했다. 이후 우 순경은 불이 켜진 집과 시장 등에서 총과 수류탄으로 무차별 살인을 저질렀다.

옆 마을 평촌리에서는 때마침 장례식이 있어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으며, 1세 아동부터 80세 노인까지 살해되고 23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하였다. 그 시각 미야나기 지서장과 차석은 온천 접대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와 남아 있는 소총을 들고 달아나 직무유기했다. 바로 옆 면사무소에서 대피하라고 방송한 것만으로도 피해는 크지 않았을 것이다.

궁류면 1시간 거리, 의령경찰서에 밤 10시 30분 첫 신고가 접수된 것은 총에 맞은 교환씨가 죽기 전 전화선을 연결한 덕분이었다. 그 교환양이 정원배 씨의 동생 정은숙 씨. 오전 3시 2시간 넘게 총성이 멎자 그제야 경찰이 진입을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우 순경은 수류탄을 터뜨렸다. 이에 우 순경이 범인인 줄 모르고 함께 있던 옆 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죽었다.

사상자 수는 90명, 사망 56명, 부상 34명이었다. 144발 중 회수된 총알은 9발뿐. 우 순경이 총 135발을 쏘는 동안 경찰은 한 발도 쏘지 않았고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 우 순경은 하루에 가장 많은 사람을 살해한 살인자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우 순경은 원래 서울시경 101경비단 소속으로 청와대 경호와 장비를 책임지고 있었으나 주사에 의해 좌천됐다. 근무 부적격 판정을 받고 해임됐다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당시 민심을 잡기 위해 전두환 대통령은 초고속 후속조치를 취했다. 책임자는 선징계 후 조사했고 피해자에게는 사고 이틀 만에 위로금과 장례비를 지급했다. 세금 감면, 자녀 학비 면제 등의 혜택도 주어졌다.

그러나 사건 발생 후 언론을 통제하고 백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위령비도 세우지 않았다. 그래서 자료마다 사망자 수가 달랐다. 총상을 입은 뒤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후속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 순경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이들은 각자의 집에서 같은 날 장례를 치르고 위령비 앞에서 위령제를 지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어제 아이를 만났는지 정말 혈압 상승이 너무 화가 났어요.

기네스북까지 실린 사건을 전혀 몰랐다는 게 저도 놀랍습니다.

안타깝네요。

정말 마을 여러분의 마지막 소원위령비가 꼭 세워졌으면 좋겠어요.